[SM 소설] 나는 옥탑방에 산다. (1)
1.
나는 옥탑방에 산다.
‘왜?’ 라고 묻는다면 당신이 옥탑방에 살고 싶은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.
이곳에 살기 시작한지 어느 덧 반 년이 지나간다.
옥탑에 살다 보면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재미있는 일들을 볼 수 있다.
매일 누구나 보는 타인의 일상이지만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고, 또 보여지는 사람들은 대체로 나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.
아무도 없지만 나는 볼 수 있는 골목에서 사람들은 때로 술에 취해, 때로는 맨정신으로 역정을 토해내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사랑을 나눈다.
하루는 얼굴과 이름만 아는, 하지만 인사는 나누지 않는 같은 과의 후배를 본 일이 있다.
사실 그 후배와는 인사 이상의 것도 나누는 사이가 될 수 있었다.
전역 후 첫 학기의 전공 수업에서 나는 우연히도 그 여자 아이와 옆자리에 앉게 되었고 은연중에 우리는 그 학기동안 계속해서 같은 자리에 앉았다.
그녀에게는 ‘그녀’라는 표현보다는 ‘그 여자 아이’ 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.
그 여자 아이의 실제 나이는 아마 22살이거나 23살이었을 것이다.
키는 150이 간신히 넘을까 하는 정도에 말랐다기 보다는 연약해 보이는 몸매였고, 염색을 한지 오래된 듯한 색이 빠진 긴 머리카락은 끝 부분에만 연한 웨이브가 들어있었다.
젖살이 덜 빠진 듯한 볼에서 시작돼 튀어나온 이마까지 뒤덮고 있는 붉은 색 홍조는 얼핏 그녀를 7~8살은 어려 보이게 했다.
그 아이는 나에게 조금은 티가 나게 접근해 왔다.
항상 그 아이의 왼쪽에는 내가, 오른쪽에는 그 아이의 다른 친구가 앉아있었다.
자신의 친구가 옆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펜을 빌린다 던지 2인 1조의 조별 과제를 함께 하자고 한다 던지 길에서 마주칠 때면 수줍은 목례를 던지고는 했다.
물론 그 아이는 매우 귀엽고 예뻤다.
나 역시 그 아이에게 호감이 조금씩 가기 시작했다.
다만 본디 숫기가 없는 성격에 더해 갓 전역한 나로서는 여성과의 그런 식의 교류가 너무나도 오랜만이었고 낯설었기에 어떻게 그 아이의 호감을 대해야 할 줄 몰랐다.
그렇게 그 아이의 호감에 대해 무시 아닌 무시를 계속해 이어 나가자 그도 그럴 것이, 스스로도 지쳤는지 더 이상은 나에게 아는 척을 해 오지 않았다.
그 날 나는 나의 옥상에서 그녀를 내려보고 있었고 그녀의 옆에는 준수한 외모의 듬직한 남성이 함께 있었다.
둘은 함께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수줍게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.
나는 그 아이와의 지난 일이 떠올라 멍하니 앉아있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 주인님께서는 내 옆으로 와 그런 나를 보고 계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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